2011년 03월 08일
콘크리트 유토피아






































어제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구입했다.

오랜만에 김석근 선생이 마루야마 마사오의 책을 번역했고 드디어 최정우의 솔로 북이 나왔다길래 일단 둘러보고 구입할까 해서 갔는데 두 권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결정하고 정작 구입한 것은 이 책이다. 사전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최정우의 신간 뒷날개를 살펴보다가 날개에 적힌 책소개를 보고 찾았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파트를 바라보는 다중의 시선, 혼종의 사유. 아파트, 세대론, 시각문화를 관통하는 변칙의 글쓰기"

자음과 모음에서 지속될 하이브리드 총서 중 하나다(1권은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 2권이 이책이다. 앞으로 이현우의 '지젝 읽기'도 나온다고 한다). 뒷날개의 소개를 보고 검색대에서 검색해서 H5 구역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일단 서문을 읽었는데 저자가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조금 어린건지, 아파트와 세트로 되어 있는 내 기억을 자극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묘한 상념과 추억에 젖었다. 목차를 보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등장하는 마포아파트의 강렬한 사진(아래의 사진) 에 굴복. 구입했다. 더불어 책의 디자인도 요즘 나오는 책들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이다. 시리즈를 전부 사고 싶을만큼.























이 책의 서문에는 신림동 개천가에서 야구하면서 뛰놀던 저자의 친구들이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레고 블록이나 조립하는 '문명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 경험은 정 반대다. 내가 아파트로 이사간 것은 국민학교 3학년 때다. 전에 살던 석관동에는 변변한 공터도 없었어서 학교 운동장 말고는 뛰어놀 공간이 없었다. 그러나 이사한 둔촌아파트는 워낙에 대단지여서 공터가 많았다. 사실 공터라기는 아스팔트 주차장이었을텐데 좋은 것은 야구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는 사실이다. 아시겠지만 당시는 고교 아구의 황금기였고, 내가 4학년때는 프로야구가 출범되어서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감히 정말 큰 축복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포지션은 포수였는데 할머니께서 포수 미트를 사주시는 바람에 친구들과의 경기에서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다만 송구는 언더로 던지는 좀 특별한(?) 포수였다. 아마 이 아파트에 살던 때처럼 신나게 뛰어놀았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야구에 롤러스케이트에 자전거에. 단지 밖을 나가면 논밭이어서 올챙이나 개구리를 잡으면서 놀 수도 있었다. 국민학교 6학년 때는 충남 예산으로 이사했는데, 확실히 그곳에서는 야구가 대세는 아니었다.

아파트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가진 내게는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이기만한 비판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쉽고 편한 비판처럼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존경하는 정기용 선생님은 아파트를 두고 "아파트는 정령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고, 돈의 기류가 흐르는 곳이다.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사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다.마치 대합실 같은 곳이다."라고 하셨는데 물론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일반적인 부정적 비판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읽어봐야지.

by longseason | 2011/03/08 11:54 | 잡담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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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도서출판 부키 at 2012/04/27 15:15

제목 : 사회 분야 _ 『아까운 책 2012』 강인규, 김낙..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검은 혁명가 맬컴 엑스], [콘크리트 유토피아], [군대를 버린 나라], [캠버스 밖으로 나온 사회과학], [커넥팅], [나의 이스마엘], [나는 사회주의자다],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교육 불가능의 시대]등 모두 11권의 책을 2011년 '아까운 책'으로 추천해 주셨습니...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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