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4월 16일
추도사


얼마전 저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열린 김건우 학생의 생일 파티에 다녀왔습니다치유공간 이웃에서는 희생자 학생들의 생일을 챙겨오고 있는데, 그날은 건우 학생의 생일을 맞아 가족과 친구들, 지인들이 모여 건우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건우의 학원선생님이었다는 이유로 초대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사람들은 평소 건우가 어떤 아이었는지, 무엇에 관심 있고, 어떻게 사는 아이였는지 각자가 가진 추억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건우 아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건우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건우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건우 아버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도 그 자리에 건우가 있으면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부모님들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건우를 비롯한 희생자 학생들이 다시 돌아와 여기 이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아이들이 이 자리로 돌아온다면, 모든 것이 평온하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은 느낌입니다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들리면서 마법처럼 세상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 갈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은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부모님들께서 기억하시는 아이의 모습과 친구들이 기억하는 모습, 학원에서 선생님이었던 제가 기억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늠름하고 의젓한 모습도 있는 반면, 말썽을 피우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누구도 이러한 비극의 가운데 놓일 아이들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한 가족의 일원이었고, 누군가의 절친이었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누어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전히 지금도 뒤돌아보면 어디선가 저 왔어요.”하고 나타날 것처럼 우리에게 생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제게 세상은 이전과는 무척이나 다르게 보입니다. 그리고 다르게 보이는 만큼 저도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당연히 작동할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이 작동하지 않고, 당연히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했습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걸 그저 시간에 묻어버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로 우리는 많은 것들과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무지 가만히 앉아서는 제대로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힘을 보태고 계십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따스한 손을 내밀어주시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 하나입니다. 진실입니다.그러나 당연히 밝혀지리라고 기대했던 것들이 많은 것에 가려지고 뒤틀리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마저도 싸워서 얻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사랑을 주고 받았던 희생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그들이 마지막의 순간에 보여주었던 의연하고 침착한 모습들을 떠올려 보십시오.우리도 진실과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서, 또 똑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아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침착함과 의연한 모습을 이어 받을 수 있으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아이들이 보여주었던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몇몇의 희생자 아이들과 개인적인 인연을 가졌던 데에 대해서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제가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세월호 이후로 아이들은 제가 가르쳤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훨씬 더 큰 가르침을, 제게 베풀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아이들이 우리에게 베푼 가르침이, 개인의 차원에서는 물론이고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작동할거라고 믿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은 비극 앞에서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가르침은 우리가 조금 더 나은 개인,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이렇게 우리 사회의 곳곳에 남아서 기억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우리들을,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꾸어 놓는 모습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건우 아버님께서 건우 생일 파티에서 아주 오랜만에 건우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언젠가 달라진 세상을 보면서 우리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오랜만에 이 세상에 아이들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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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월호 1주기에 아내가 썼던 추도사



by longseason | 2016/04/16 13:55 | 잡담 | 트랙백
2015년 12월 04일
캡슐 커피 : 지옥에서도 특석 A Special Place In Hell : Pod Coffee

가게에 있다보면 종종 캡슐커피에 대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커피를 좋아하는데 캡슐커피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신거지요.
그 분들만이 아니라 캡슐커피에 관해서 궁금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로스터리 카페인 블루보틀에서 나온 
<The Blue Bottle Craft OfCoffee>라는 책을 보면
캡슐커피(해외에서는 캡슐커피보다는 Pod Coffee로 불립니다)에 대해서 다루면서
제목을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캡슐 커피: 지옥에서도 특석 A Special Place In Hell : PodCoffee"

블루 보틀의 제임스 프리먼은 캡슐커피가 맛도 없고(Bad), 옳지 않다(Wrong)고 말합니다.
우선 캡슐커피들은 커피와 관련된 주요 정보들을 제대로 표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종류의 커피들이 블렌딩 되었는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로스팅되었는지,
언제 분쇄되었는지, 필요한 정보가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네스프레소와 같은 경우는 산지 정보를 표시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콜롬비아의 아라비카, 베네수엘라의 아라비카, 토코의 향긋한 로부스타' 이런 수준입니다.
배합 비율이나 농장정보까지 표시되는 스페셜티와 비교하면 그다지 의미 있는 정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캡슐커피의 추출과 배합 비율도 문제가 됩니다.
보통 한 캡슐에 5g(0.2oz)이 담겨 있는데,
이걸로 360ml(12oz)의 아메리카노를 만들면 추출비율이 대략 60:1을 넘어갑니다.
좋은 카페라면 요즘은 보통 18g-20g 정도의 원두를 사용해 30-40g을 추출하여
240-260ml 정도의 아메리카노를 만들 것입니다.
캡슐 커피의 추출 비율과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머신까지 고려하면 설상가상입니다. 
캡슐 머신은 추출 시간이나 물온도 설정, 혹은 물분사 패턴 등
컨트롤 가능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차이가 있다고 설명해 놓은 다양한 맛과 향의 캡슐을
그 안의 원두 특성과는 관계 없이 이미 결정된 한 가지 방식으로 마셔야 합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정도겠지요.

제임스 프리먼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캡슐커피가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캡슐 무게에서 원두는 1/3 이하이고 나머지는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쓰레기 입니다.

제임스 프리먼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캡슐커피가 비행기나 혹은 배로 운송되고 매장에 깔리고 판매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맛과 향에 있어서도 최적의 상태로부터 매우 멀어져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두의 로스팅 날짜, 산지나 블렌딩 등 정확한 정보가 있는가? 없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여러 가지 변수를 조절하여 즐길 수 있는가? 없습니다.
친환경적인가? 아닙니다.
가격이 저렴한가? 아닙니다.
맛이 있는가? 그럴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편리하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 셈입니다.
클레버나 에어로프레소처럼 쉽고 편한 도구들이 많은데 굳이 비싼 캡슐커피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by longseason | 2015/12/04 19:46 | 커피 | 트랙백
2015년 10월 15일
커피 이야기

by longseason | 2015/10/15 11:22 | 커피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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